기록이 만들어낸 루틴의 힘

처음엔 그저 하루를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기록이었지만, 어느새 나의 하루 구조를 바꾸는 힘이 되었다. 습관이란 참 묘해서, 처음엔 억지로 시간을 내야 하던 일이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어제 있었던 일을 적는 것이 어느 순간 나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가 되었다.

기록은 단순한 메모를 넘어서 ‘나를 위한 대화’가 된다. 오늘 무엇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써보는 시간은 내 마음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나조차도 몰랐던 내 생각과 습관이 기록 속에서 드러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하루는 조금 더 의식적인 루틴으로 채워진다.

예를 들어, “요즘 너무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썼던 시기가 있었다. 기록을 되돌아보니, 그때 나는 밤마다 2시간씩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그걸 인식하고 ‘11시 이후엔 휴대폰 끄기’라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었다. 단순하지만 나에게 큰 변화였다. 그 작은 실천 하나가 다음날 아침의 기분을 바꾸고, 나아가 하루의 흐름도 바꿔주었다.

기록은 그래서 루틴을 만들고, 그 루틴은 다시 나를 바꾼다. 요즘 나는 아침 7시에 일어나고, 하루의 시작을 작은 기록으로 연다. “오늘은 어떤 나로 살아갈까”라는 질문으로 하루를 여는 습관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아직도 때때로 귀찮고, 빼먹는 날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돌아갈 기준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

기록을 하다 보면 나를 위한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쁘다는 이유로 나를 돌아볼 틈 없이 살아가던 시기에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기록을 시작한 후부터는 하루가 더 선명해졌다. 뭘 했는지, 어떻게 느꼈는지, 어떤 걸 놓쳤는지 알게 되니까, 그 하루는 비로소 ‘살아낸 하루’가 되는 느낌이다.

기록은 나에게 방향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매일을 조금씩 더 좋은 나로 살아가게 해준다. 더 나아가면, 이 루틴은 단지 습관이 아니라, 삶의 기준이 된다. 작지만 성실하게 쌓아온 글들이 내 안의 믿음을 키워주었고,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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