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한다’는 말은 어쩌면 지금 시대에 가장 낯선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에 모든 정보가 저장되고, AI가 나의 기억을 대신하는 시대에 굳이 손으로, 혹은 키보드로 무언가를 ‘적는다’는 일은 귀찮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시대에 기록이 더욱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기록은 생각을 정돈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기록을 처음 시작한 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너무 쉽게 잊혀진다는 불안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조용한 방 안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회의 중 있었던 긴장감, 친구와 나눈 짧은 대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느꼈던 여유까지… 그 순간들을 글로 써내려가다 보니 내 감정과 생각이 선명하게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짧게나마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일기처럼, 나중에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발전해갔고요. ‘나는 오늘 왜 그 말에 화가 났을까?’, ‘지금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제 삶은 조금씩 단단해졌습니다.
감정의 해소, 기억의 축적, 그리고 자기성찰
기록의 힘은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 감정을 해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와의 갈등,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답답함. 이런 감정들을 차곡차곡 글로 풀어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감정이 정리되고,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게 됩니다. 마치 마음속 응어리를 꺼내 종이에 내려놓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그 기록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또 다른 가치입니다. 과거의 나와 마주하며 ‘그땐 이런 고민을 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네’ 하며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저는 몇 달 전 작성한 글을 우연히 다시 읽고, 잊고 지내던 꿈을 떠올린 적도 있습니다. 그 글 속에 담긴 다짐이, 다시 제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게 했습니다.
기록은 창의성을 자극하는 연료다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을 타고나는 재능으로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믿습니다.
기록을 하다 보면 아주 사소한 생각에서 출발한 문장이 뜻밖의 아이디어로 연결되기도 하고, 이전에 적어둔 메모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종종 블로그 초안에 썼던 문장을 다시 읽다가, 그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기록은 단지 생각을 저장하는 것을 넘어서, 생각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힘을 가집니다. 이것이 바로 기록이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도구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
요즘은 에버노트, 노션, 구글 문서, 블로그 등 기록을 위한 도구가 참 다양합니다. 하지만 도구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입니다.
꼭 거창한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하루의 감정이나 생각을 한 문장으로라도 남기는 것이 기록의 시작입니다.
‘나는 오늘 지쳤다.’, ‘햇빛이 좋아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이런 짧은 기록도 쌓이고 나면 나만의 삶의 데이터가 됩니다.
저는 요즘 매일 notepresso.com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길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건, 내 삶의 흔적이 하나씩 쌓이고 있다는 작은 성취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나만의 루틴, 삶의 중심을 잡는 힘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와 자극 속에서 살아갑니다.
뉴스, SNS, 업무, 광고… 이 끝없는 흐름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선, 기록이라는 닻이 필요합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앉아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루틴은, 삶의 리듬을 만들고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의식이 됩니다.
마무리: 당신은 오늘 무엇을 느꼈나요?
“당신은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이 단순한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세요.
하루를 돌아보고, 그것을 글로 남기는 순간부터 당신의 삶은 기록되는 삶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당신을 이끌어줄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노트를 열고,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느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