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어느 날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말에도 휘청이는 걸까?”
어느 날 출근길,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다 잘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 걸까.
어디에서부터 꼬였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내가 더 이상 나답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직장에서, 모임에서, SNS에서까지도 나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살고 있었다.
칭찬받기 위한 말, 거절하지 못해 떠안은 일, 억지로 웃던 표정들.
그게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라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점점 내 안의 ‘나’가 지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렵 우연히 서점에서 마주친 책 한 권.
바로 이선영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였다.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을 건넸다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작가의 문장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네가 되어도 괜찮아.”
그 문장 하나에 마음이 찡했다.
나는 왜 그동안 그걸 허락하지 못했을까. 왜 ‘나로 사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을까.
책은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맞춰 살며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용히 그려낸다.
그리고 그런 삶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아주 현실적으로, 하지만 따뜻하게 풀어낸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살아간다.”
“나를 아끼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좋은 사람보다는 솔직한 사람이 되자.”
이런 문장들이 페이지마다 쌓여, 나를 조용히 흔들었다.
타인의 기준은 너무 버겁다
나는 참 오래도록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게, 분위기를 망치지 않게, 불편하지 않게.
그래서 늘 조심했고, 맞춰줬고, 참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은 병들어갔다.
‘좋은 사람’이 되는 대신, 나는 나를 잃어갔다.
내 감정은 무시당했고, 내 욕구는 밀려났고, 결국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참았던 감정들, 눌러왔던 말들, 억지로 맞춘 삶들이
결국 나를 지치게 했다는 걸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타인의 기대에 답하느라 내 마음에 등을 돌리지 말 것.”
그 말이 내게는 허락이자 위로였다.
나답게 산다는 건 조금은 불편한 일이다
책을 다 읽고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조금씩이라도 **‘나로 살겠다’**고.
처음엔 쉽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맞춰온 삶이었기 때문에, 내 진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낯설었다.
회의 자리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 싫은 부탁을 거절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동안 너무 많은 ‘맞춤형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몇 번의 용기를 낸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가 솔직해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진실해지고, 편안해졌다.
무조건적인 호의가 아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더 많이 아끼게 되었다.
자존감은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에서 자란다
책을 읽기 전, 나는 자존감을 ‘남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선영 작가는 말한다.
“자존감은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에서 시작된다”고.
내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돌아봤다.
“왜 이렇게 못하니?”
“또 실수했네.”
“남들처럼만 하면 되는데 왜 너는 그게 안 되니?”
이런 말들이 내 하루를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바깥세상이 아니라, 내 안에서부터 나를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다르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오늘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말해본다.
글로 나에게 말을 건네기도 한다.
“오늘 조금 힘들었지? 잘 버텼어. 내일은 더 가볍게 가보자.”
이런 말들이 모여 나를 지키는 울타리가 되었다.
나로 사는 삶은, 조금 느리지만 훨씬 단단하다
물론, 나로 산다는 건 언제나 쉽진 않다.
타인의 기대는 여전하고, 비교는 계속된다.
나보다 더 능력 있어 보이는 사람들, 더 멋진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작아지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건,
이제는 그 감정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나는 배웠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고,
누구도 누구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만의 속도로 걷는다.
빠르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그 길의 주인은 온전히 ‘나’이기 때문이다.
마무리: 나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준 고마운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단순한 에세이집이 아니다.
그건 지친 하루 끝, 나를 다독여주는 따뜻한 편지 같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온전히 나에게 말 걸어주는 글들이 쌓여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삶이 완벽하게 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흔들릴 때가 많고, 아직도 눈치 보며 살 때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아주 작고 느리지만,
분명히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는 오늘도 나로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