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독서, 삶의 지평을 넓히는 두 날개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세상은 과연 얼마나 넓을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익숙한 환경, 익숙한 관계, 익숙한 사고방식에 갇혀 살곤 한다. 마치 작은 어항 안에서 세상이 다인 줄 알고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하지만 그 경계를 부수고 나가게 해주는 특별한 도구가 있다. 바로 ‘여행’과 ‘독서’다.

낯선 풍경이 던져주는 질문들

여행은 물리적인 이동이지만, 동시에 정신적인 이동이다. 새로운 도시의 공기, 낯선 사람들의 언어, 길거리의 낯익지 않은 간판 하나까지도 나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을까?’,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은 정말 당연한 걸까?’

몇 해 전, 혼자 오키나와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은 내가 기대하던 일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따뜻한 공기, 느릿한 걸음, 거칠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말투. 여행은 그 지역의 풍경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까지도 마주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기존의 사고 틀에 균열이 생기고, 그 안에 새로운 생각이 스며든다.

독서, 타인의 삶을 잠시 빌려 사는 일

여행이 공간을 뛰어넘는 경험이라면, 독서는 시간과 인격을 뛰어넘는 경험이다. 한 권의 책 속에는 수십 년 전 혹은 수백 년 전을 살았던 이들의 생각, 감정, 통찰이 담겨 있다. 나는 책장을 넘기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예컨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땐, 내가 직접 도쿄 골목길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가 바라본 풍경, 마신 커피, 들은 음악이 내 안에서 재생되며, 책을 덮었을 때 나는 분명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어디론가 멀리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여행과 독서가 남기는 공통된 선물

이 둘의 공통점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시켜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쉽게 판단하고, 단정짓고, 익숙한 것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 만난 낯선 문화, 독서 속의 낯선 사고방식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걸어뒀던 담장을 허물게 만든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이해와 관용이 들어설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이 두 경험은 우리 안에 ‘여백’을 만들어준다. 삶이 바쁘고 복잡할수록, 나라는 사람은 점점 조급하고 단단하게 굳어지기 쉽다. 그럴 때 책 한 권, 혹은 잠시 떠나는 여행은 삶에 숨구멍을 만들어주는 행위다. 익숙함을 벗어나 멀리 떨어져 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확장된 시야가 바꾸는 삶의 방향

결국, 여행과 독서는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들은 삶의 방향 자체를 바꿔놓는 변화의 씨앗이 된다. 내가 어떤 길로 갈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그리고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지를 고민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계획을 세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됐다. 그 변화의 시작은 다름 아닌 여행과 독서였다.

글을 맺으며

삶은 짧고, 우리가 직접 살아볼 수 있는 삶의 방식은 더욱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 다른 세계의 풍경을 끊임없이 빌려와야 한다. 그것이 때론 책의 형태로, 때론 항공권 한 장으로 다가온다.

오늘 당신의 삶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어디론가 떠나보는 건 어떨까. 멀리 갈 필요는 없다. 근처 도서관 한 켠, 카페 창가, 익숙하지 않은 골목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여행과 독서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나를 조금 더 열어가는 일이니까.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Scroll to Top